통에 가득한 물이 한 방울씩 천천히 커피가루 위로 떨어지면서 추출이 진행되는 더치커피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상온의 물에서 천천히 추출되기 때문에 독특한 풍미를 지니게 되는데, 와인처럼 ‘숙성’의 개념으로 보관과 저장이 가능한 커피이기도 하다.

실험실의 기구를 옮겨놓은 것 같은 플라스크와 고불거리는 유리관을 지닌 제품부터, 모래시계 모양의 단순한 구조로 책상위에 올려놓고 추출을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드립(Drip)방식 추출에 사용되는 드리퍼는 일종의 깔때기와 같은 형태로 생겼다. 종이나 천으로 만든 필터 위로 분쇄된 커피가루를 채운 후, 위로부터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으면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1711년경 프랑스의 멜리타(Mellita Bentz) 부인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이 커피가루 위로 부어지면서 커피가 추출 되는데, 이 때 드리퍼의 구조와 물을 붓는 방법에 따라서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제조사별로 다양한 홈의 모양(리브)과 위치, 추출구멍의 개수를 달리하고 있다. ‘핸드드립’ 시 필요한 기구는 드리퍼 외에도 필터와 추출된 커피가 담기는 서버, 물을 담는 필요한 드립포트가 있다.

맛과 향을 즐기는 커피지만, 사이폰을 이용한 추출은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커피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이폰은 1827년 독일에서 고안 됐고, 현대적인 사이폰의 모습은 1842년 프랑스의 배쉬(Madame Vassieux)에 의해서다. 이후 일본의 고노사에서 상품화 되면서, ‘사이폰’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진공 흡입 방식의 사이폰은 하단의 플라스크에 물을 채워 가열하게 되면 생기는 증기압력으로 물이 연결된 관으로 이동, 상단 로드에 담은 커피를 적시게 되고 추출이 일어난다. 일정 시간 후 불을 끄게 되면 추출된 커피가 중간의 필터를 거쳐 플라스크로 모인다. 열원으로 알콜램프를 많이 사용하지만, 안전성 문제로 전기로 작동하는 히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1933년 이태리의 알폰소 비알레띠에(Alfonso Bialetti) 의해 탄생한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거의 모든 가정마다 비치하고 있을 만큼 대중적인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주로 알루미늄 재질로 된 모카포트가 많지만, 최근에는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며, 세라믹 재질로 출시되는 제품들도 있다.

곱게 갈린 원두와 정수된 물을 포트에 채운 뒤 불 위에 놓고 끓이면 여기서 나오는 수증기의 압력으로 인해 물이 솟구쳐 올라가고, 원두를 통과하여 커피포트로 추출된다. 제조사에 따라 우유를 넣어서 카푸치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가스불로도 충분한 열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핫플레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프렌치프레스는 1933년경 칼리마니(Attilio Calimani)이라는 이탈리아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고, 1950년대에 프랑스 보덤(Bodum)사가 상품화에 성공했다. 이름과 달리 최초의 시작이 이탈리아라는 사실은 재밌는 에피소드다. 멜리어(Melior), 플런저포트(Plunger Pot)도 프렌치프레스를 일컫는 용어다.

프렌치프레스의 특징은 커피를 순수하게 맛보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추출 기구라는 것이다. 유리관 안에 분쇄된 커피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은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금속성 필터로 눌러서 추출해내는 방식으로, 차를 우려내는 방식과 비슷하다. 걸러내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커피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추출방식이다.

약재를 달이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출하는 터키식 커피(Turkish Coffee)는 이브릭 또는 체즈베라는 기구를 이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추출법이자, 원초적인 추출법이다.미세하게 갈린 커피가루를 이브릭에 물과 넣은 다음 반복적으로 끓여내는데, 이 때 부글부글 올라오는 거품이 인상적이다.

나라에 따라서 커피와 함께 설탕이나 향신료 등을 넣고 색다른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터키에서는 남은 커피가루의 모양을 보고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 체즈베는 아라비아어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철자는 오토만 터키시에서 쓴 문자에서 왔으며, 그 뜻은 '불타는 장작(혹은 석탄)'이다.

그리스에서는 briki라고 하며, 여기서 온 이브릭이라는 이름이 영어권에서는 더 흔하게 쓰인다.

캡슐커피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최적화 된 추출기구이다. 추출까지 필요한 동작은 커피캡슐을 장착하고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끝난다. 추출 후에도 캡슐만 제거하면 된다. 주로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는 커피 제조가 가능하며, 스팀기가 부착된 제품들은 우유를 이용한 카페라떼1) 메뉴 등도 가능하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캡슐이 준비돼 있어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골라서 마실 수 있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공통된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캡슐 간 호환이 되기도 한다.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